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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협업팀 운영 노하우 -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라

오늘은 협업팀을 운영하다 보면 반드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났을 때입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말도 마세요. 저희 단체가 수만명이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저를 맨날 부릅니다. 누구와 누구가 싸우고 있다, 소모임에서 이런 갈등이 있다, 그러니 꼭 와서 해결해 달라. 매일같이 이런 요청을 받습니다. 제가 대표다 보니까 이런 일들을 일일이 다 해결해야 하잖아요? 정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랍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저는 ‘와...나라면 저렇게는 못 할 것 같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20개 정도의 협업 팀이 활동하는 BNI 라는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리더지만 다행히도 각각의 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의 대부분은 제가 관여하지 않고 해결됩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공식적인 기구와 절차가 있어서, 각 팀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워낙 뜨겁고 정이 넘치다 보니 CEO 모임이나 동창회, 동호회 같이 많은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중산층과 소기업, 자영업인들이 무너지는 시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저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10년 전에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에게 생존을 위협받는 시대에 서로 연대해서 모임과 공동체를 만드는 토양을 갖고 있다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는 모임, 특히 비즈니스 모임의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때입니다.  모임에는 운영진이 필요하고 보통은 회장, 부회장, 총무, 이렇게 3개의 역할을 뽑아서 운영을 맡깁니다.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야 이런 간단한 운영체계로도 그럭저럭 운영이 됩니다만 긴밀히 협업하는 커뮤니티에는 이에 더해서 갈등이나 문제를 조정하는 공식적인 기구와 절차를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같이 만나고 협업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갈등이 꼭 생깁니다. 제가 실제 보았던 사례만 하더라도 친해져서 믿고 중요한 고객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서비스가 형편 없어서 자신의 고객마저 잃을 처지에 놓이거나, 협업 상대방이 자신의 노하우를 배워서 다른 곳에 파는 것을 발견해서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그냥 숟가락만 얹고 아무 기여도 안하는 프리 라이더 (free rider)를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모임에 들어 온 사람이 돈을 빌리거나 사기를 치고 도망가는 바람에 모임 멤버들이 망연자실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런 갈등과 분쟁은 공동체에서 반드시, 계속해서 생깁니다. 역설적으로 갈등과 분쟁은 공동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단체에서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보기가 쉽지가 않은데요, 저는 그 이유가 갈등이 있을 때 솔직히 대화하며 협상하고, 양보하고 조정하며 해결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서로 감정싸움을 주로 하면서 합의점을 못 찾고 결국 파국을 맞기 때문에, 차라리 왠만하면 회피하고 덮으려는 성향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갈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니 알려지지 않게 “쉬쉬”하며 비공식적으로 해결하려는 문화는 작은 모임이든, 한국에서 제일 큰 병원이나 기업이든, 근본적으로는 비슷합니다.


또 한 가지, 우리 나라의  모임에서는 갈등 해결에 관해 "공적인 프로세스" 대신 주로 그 단체의 설립자나 현재의 대표와 같은 한 명,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사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체를 “사유화” 하려는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명예나 영향력, 즉 권력과 이권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이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모으려 하고, 항상 그 중심에 자신이 있으려 하며, 혹시 사람을 모으는데 성공하면 법과 제도에 의한 통치 (governance) 대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개인에게 갈등 해결의 권한이 집중되면 공동체는 갈등을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하고 이런 갈등 때문에 결국 조직이 해체되기도 합니다.


BNI는 30년이 넘도록 전세계에서 8천개에 가까운 비즈니스 협업 팀을 운영 해 왔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고, 그 결과 멤버십 위원회라는 멤버의 대표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갈등 해결을 전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는 마치 법원과 중재위원회를 합쳐 놓은 듯한 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협업의 일환으로 자신의 고객을 소개해 주었는데 원래 약속과 달리 질이 너무 낮고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면 A는 B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불만을 얘기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멤버십 위원회에 갈등 해결을 요청하고, 멤버십위원회는 매뉴얼에 따라 공정하게 갈등을 해결합니다. 


전체 커뮤니티의 리더로서 저와 우리 팀의 역할은 직접 갈등을 해결하는 대신 각 팀의 멤버십 위원회가 갈등 해결을 시스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매뉴얼과 시스템을 훈련하고, 위원회 위원 개개인이 갈등 조정자로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코칭, 중재 능력 훈련을 제공 합니다.


어떤 멤버가 제게 “대표님, 제가 활동하는 팀에서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대표님이 BNI 전체 대표시니까 이걸 좀 해결해 주십시오.” 라고 얘기해서 이렇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그것은 제 권한 밖인 것 같습니다. 챕터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분쟁에 대해서는 멤버십위원회에게 조정할 책임과 권한이 있습니다. 이 기구가 멤버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적절히 작동하는 한 제가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단체에서 갈등 조정 시스템을 만들 때 다음 사항을 주의하십시오.


1. 단체를 대표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위원회 같은 기구를 구성합니다. 위원의 임기를 6개월 또는 1년으로 제한하고 선발 절차도 중립적으로 만들어 구성원으로부터 공정성과 중립성을 인정받도록 합니다. 


2. 단체의 멤버들에게 갈등해결 절차의 오너십 ownership 을 줍니다. 만일 여러분이 그 단체의 설립자이거나 오너라면 단체를 지키려는 선의에서건,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건, 오너십을 놓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최후의 통제 장치를 갖고 있으면서도 일상적인 운영에서의 오너십을 내어 주는 균형을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설립자라고 시스템을 무시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순간 시스템은 무너집니다. 


3. 단체에게 시스템을 훈련 시킵니다. 갈등의 당사자를 만날 때 위원 한 명이 만나야 하는가, 아니면 둘이 만나야 하는가? 서면 경고장을 보낸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당사자가 기분이 상하지 않는가? 갈등해결 시스템은 이런 섬세한 디테일이 모여 만들어 지고, 이런 디테일을 당사자들이 잘 실행 execute 하여야 원만하게 갈등이 조정됩니다. 운영자로서 여러분은 어떻게 시스템을 훈련시켜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4.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그대로 놔 두면 시스템은 작동을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살피고, 작동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작동합니다.


갈등은 반드시 생깁니다. 갈등 없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단체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단체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금새 현실에 부딫혀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원망하며 포기하게 될 테니까요.

 

제 아들이 애기였을 때 열이 40도 까지 올라가며 앓았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아이를 발가 벗기고 밤새도록 물수건으로 닦으며 혹시나 무슨 큰 병이 아닌가 애를 태우기도 했는데요, 애들이 크려고 아프다는 어르신들 말씀처럼 그렇게 아픈 다음에는 정말 아이가 훌쩍 크더군요. 이런 고통을 우리는 성장통이라 부르지요. 


조직에 있어서 갈등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갈등을 겪으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 가고 신뢰도 깊어 지며, 떠나야 할 사람들은 떠나고, 팀웍은 더욱 단단해 집니다. 그러니 갈등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갈등이 조직의 자연스런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고 환영하십시오. 갈등을 조직이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조직원을 훈련하십시오. 갈등 해결을 통해 조직원들이 성숙하도록 가이드 하십시오.


비 온 뒤에 개인 하늘이 더욱 상쾌하듯이, 여러분의 조직도 효과적인 갈등조정 시스템을 갖춰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한 단계씩 도약하길 기원합니다.


출처 : BNIKOREA 네셔널디렉터 존윤  페이스북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