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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형동생 문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코칭하고 있는 비즈니스 협업팀이 워크샵을 갔을 때입니다. 한 멤버가 술이 얼근하게 취해서 제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벌건 얼굴에 애절한 표정으로 큰 소리로 제게 말했습니다. 

“디렉터님! 저 정말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요, 대표님?”

“제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형이라고 부르게 해 주세요!” 

“(웃으며) 왜 그러세요, 대표님. 저 멤버분들과 형동생 안 하는 것 아시잖아요.”

“정말 너무 하십니다. 딱 한 번만 부르게 해 주세요, 네? 혀~엉!”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고…제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좀 소심하고 고지식해 보입니다. “야, 마! 이리와! 이제 형이라 불러!” 이렇게 시원하게 말해 줬어도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렇게 곤란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제가 구지 형동생을 하지 않고 말을 높이는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협업 팀의 멤버들이 그 팀의 리더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얘기하셨습니다. 왜 그런가 들어 봤더니 그 리더가 특정 멤버들과만 친하게 지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리더가 몇몇에게만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르고 “~야” 라고 말을 놓으며 따로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이 멤버들의 신뢰를 잃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말은 튼 사이와는 규율이 안 서고, 말을 안 튼 사이와는 서먹해 집니다.


그럼 모두가 나이 순으로 싹 정리하면 되잖아요? 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코칭하는 몇몇 팀은 그렇게 팀 전체가 나이 순으로 형동생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럼 서로간에 참 친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비즈니스가 안됩니다. 술자리도 많고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는데 막상 같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 놓는 사이에 협업이 잘 안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형동생이 비즈니스 협업에 어울리지 않는 3가지 이유 

첫째, 아시다시피 비즈니스는 나이 순이 아닙니다. 20대에 매출 수백억의 사업체를 일군 사람도 있고 50대에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사업 내공으로 보면 20대가 할아버지이고 50대가 아이인데 단순히 나이로 위아래를 정해 버리면 관계가 어긋납니다. 윗사람이 말을 놓으면 돈도 내고, 뭘 가르쳐도 주고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20대의 청년이 돈도 훨씬 많고 가르쳐 줄 것도 많습니다. 이렇게 미스매치 mismatch 한 관계는 불편합니다. 그래서 오래 가지 못합니다. 더불아 성공한 20, 30대는 이런 팀에 잘 들어 오지 않기 때문에 조직이 발전하지 못합니다. 


둘째, 말을 놓으면 서로 느슨해 집니다. “정규 미팅을 4회 결석하면 팀에서 제명한다” 같이 서로가 지키기로 한 약속도 이런 사적인 관계에서는 서로 봐 주면서 안 지키게 됩니다. BNI의 설립자 아이번 마이즈너 박사님 Ivan Misner 은 이렇게 말합니다. “BNI의 좋은 점은 모두가 친구라는 것이다. BNI의 나쁜 점은 모두가 친구라는 것이다.” 친구, 형동생 같은 사적인 관계에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셋째,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게 됩니다. “형동생 영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나면 우선 살갑게 친밀감을 표시하며 스킨십을 많이 하고 거한 술자리를 마련해서 좋은 타이밍에 말을 놓고 “형동생을 먹고” 그 다음부터는 “형 좀 도와달라” “형님이 동생 좀 도와 주십시오” 하며 영업을 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공적인 관계,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사적인 관계와 섞이는 순간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기가 어려워 집니다. 상대가 실수를 해도 지적하기 어렵고, 상대의 실력이 낮아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아랫 사람도 그런 특별 대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만약 이런 관계에서 공사를 구분해서 엄정한 잣대를 들이 대면 상대는 서운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공정한 잣대를 들이 대지 못하면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지 못합니다. 그런 관계는 서로에게 해가 됩니다. 


존대하면 협업된다

반대로 서로 존대를 하게 되면 협업하는 팀에서는 잇점이 많습니다. 


첫째, 다양한 연령층의 사업가가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나이와 상관 없이 20대와 60대가  순으로 서열이 매겨지고 나이가 많다고 반말을 찍찍 하는 조직은 20, 30대의 친구들의 시각으로는 구립니다. 그들은 그런 조직에 들어 가기를 거부합니다. 제가 2012년 한국에 왔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이 BNI에서 호칭을 “대표님”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래서 BNI 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활동합니다. 서로를 “대표님”이라 부르며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청년층은 장년층으로부터 인생의 연륜과 여유를 배우고, 장년층은 청년층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을 배웁니다. 그래서 서로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형동생 호칭에 따라 오는 행동에 매이지 않게 됩니다.  말을 놓는 순간 나이 순으로 위아래 서열이 매겨집니다. 그럼 그 서열에 기대되는 행동이 따라 옵니다. 음식점에서는 제일 어린 사람이 숟가락을 놓아야 하고, 미팅을 하면 제일 먼저 나가서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내 때에는 말이지…” 라고 얘기하고 어린 사람이 들어야 하는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존칭을 쓰면 어린 사람도 많이 얘기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도 어린 사람의 얘기에 귀를 귀울이게 됩니다. 30대에서 리더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고 그 30대 리더를 60대의 멤버가 따르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셋째, 서로 예의를 갖추게 됩니다. 협업을 하다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르기도 하고 서운한 점도 생겨서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이랬어 저랬어 하고 반말하던 사이에서는 싸음이 극단으로 치닫는 반면 서로 존대를 하는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고 서로 상처 주고 후회할만한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나도 정우성, 이정재처럼 될 수 있다

배우 정우성씨와 이정재씨는 20대때부터 20년이 넘도록 절친으로 지내 온 친구입니다. 하지만 둘은 지금도 서로에게 존댓말을 씁니다. 얼굴만 멋진 것이 아니라 그런 모습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형동생 하며 허물없이 지내는 관계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협업의 시대, 이제는 우리도 어른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친밀감과 신뢰를 쌓는 법을 배울 때입니다. 그것이 돈을 잘 벌고 사업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혹시 그렇지 못하더라도 정우성, 이정재처럼 쿨해 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출처: BNIKOREA 네셔널디렉터 존 윤 페이스북페이지